나는 빚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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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떠나갔다. 나는 그 뒤에다 대고 욕지껄이를 퍼부었다. 잘먹고 잘 살아라. 돈 많은 갑부 만나서 호의호식 해라. 터져나갈 듯한 가슴에 소주를 병째 들이켰다. 나를 맞이한 한강은 뭐가 좋은지 도심의 불빛을 반짝였다. 괜히 기분이 나빠져서 그 반짝이는 불빛에 속을 게워냈다.

"우웩~"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강물이 내가 되고 내가 강물이 되었다. 잠시 고개를 처박았던 한강물에는 참으로 많은 이들의 흔적이 담겨있었다. 먹다 버린 오징어 다리, 실수로 빠트린 롤러브레이드, 누군가가 내던진 14K 금반지, 그리고 내가 쏟아낸 토악질. 그래...너는 세상의 것들을 품고 있었구나. 그래도 어쩔거야. 내가 이러고 있다가 보면 너는 살인자도 될거란 말이지. 난 빚진게 전혀 없어. 혹시 알아. 장마철 네가 범람해서 내 반지하방을 덮칠텐데 내가 한발 앞서 고개를 내밀게 된건지도.


"이 바보야!!!"

"푸학~"

나를 건져낸건 내게 등을 돌렸던 그녀였다. 강물 덕에 번들해진 내 얼굴에 그녀가 비쳤고 그녀의 눈물에 그러한 내 모습이 비쳤다. 그렇게 나는 살았다.


결국 강물을 살인자로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인간이, 인간의 존재가 그를 그렇게 규정지었던 것이다. 혹시 모르지. 인간이 이렇게 자주 토악질을 해대면 언젠가는 복수할지도. 결국 우리들은, 나는 빚쟁이일 뿐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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